
학교에서 돌아와 겨우 소파에 앉았는데 "숙제는 했니?"가 날아온다. 핸드폰을 잠깐 들면 "또 그거 보니?" 한다. 대꾸를 하면 "말대꾸한다"는 말이 돌아오고, 결국 방문을 쾅 닫는다. 그리고 방 안에서 생각한다. "왜 우리 엄마 아빠는 내 마음을 하나도 몰라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모님과 자주 부딪히는 것은 내가 나쁜 아이여서도, 부모님이 나를 미워해서도 아니다. 부모님은 나의 미래를 걱정하고, 나는 지금의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문제를 붙잡고 있는데, 서로의 문제는 모른 채 말만 주고받으니 싸움이 된다. 그래서 싸움을 줄이는 열쇠는 이기는 말이 아니라 알아주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자유는 싸워서가 아니라 약속을 지켜 신뢰를 쌓을 때 커진다.
이 글에서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부모님과 자꾸 싸우는 진짜 이유를 화담인생론의 관계론과 뇌과학 연구로 풀어 보고, 오늘부터 덜 싸우는 대화법을 정리한다.
사춘기에 부모님과 부딪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먼저 마음을 조금 내려놓자. 부모님과 부딪히는 것은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브렛 로슨(Brett Laursen) 연구팀은 1998년 학술지 「Child Development」에 청소년기 부모와 자녀의 갈등을 다룬 여러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부모와 다투는 횟수는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줄었지만, 다툴 때 느끼는 감정의 강도는 초기 청소년기에서 중기 청소년기로 갈수록 커졌다. 중고등학생 시기에 싸움이 유난히 격하게 느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뇌도 한창 바뀌는 중이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는 뇌는 2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발달과 성숙을 마치며,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일을 맡은 이마 뒤쪽의 전전두엽이 가장 늦게 성숙하는 부위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한다. 또 아직 발달 중인 십대의 뇌는 스트레스에 어른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화담인생론의 변화신호론은 "바깥만이 아니라 나도 변한다"고 말한다. 사춘기는 내 몸과 마음이 가장 크게 변하는 시기다. 그 변화가 부모님과의 관계에도 신호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자연스럽다는 것이 그대로 두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다루는 법을 배울 차례다.
싸움의 겉에는 말이, 속에는 서로 다른 문제가 있다
화담 서선생의 화담인생론 중 관계론은 "모든 관계는 문제에서 태어나고, 관계의 본질은 문제 해결"이라고 말한다.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싸움은 서로의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일어난다. 그러니 싸움을 줄이려면 겉으로 오가는 말이 아니라 그 밑에 깔린 문제를 봐야 한다.
부모님의 잔소리는 대개 나의 미래를 향한 걱정이다. 화담인생론의 과제문제론은 "걱정은 생각이 아니라 비명이다"라고 말한다. "숙제는 했니?", "또 핸드폰이니?"는 사실 "네가 뒤처질까 봐 불안하다"는 비명에 가깝다. 비명은 듣는 사람을 아프게 하지만, 그 속에는 나를 아끼는 마음이 있다. 걱정이 비명이 되는 원리는 이 블로그의 「시험 걱정에 잠이 안 올 때 어떻게 할까?」에서 다뤘다. 부모님도 같은 원리로 걱정한다.
반대로 나의 짜증 밑에는 "나도 힘들다", "나를 좀 믿어 줬으면"이라는 마음이 있다. 이 마음을 말로 하지 못하고 짜증으로만 내보내니, 부모님은 그 속을 모른 채 '버릇없는 태도'만 보게 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기 문제는 풀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
이기는 말이 아니라 알아주는 말이 싸움을 끝낸다
관계론은 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힘을 두 가지로 나눈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고, 이해는 상대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다. 공감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그 마음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관계론은 놀라운 말을 덧붙인다. "대인 관계에서는 알아주는 것만으로 풀린다." 부모님이 정말 원하는 것은 내가 당장 완벽한 학생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부모님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걱정을 알아준다는 신호를 받으면 비명은 작아진다. 나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이 내 피곤함을 알아주기만 해도 짜증의 절반은 사라진다.
그러니 누군가 먼저 알아주기 시작해야 한다. 부모님이 먼저 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해 보자. 먼저 알아주는 쪽이 대화의 주도권을 쥔다.
| 부모님의 말 | 싸움을 키우는 말 | 알아주는 말 |
| "숙제는 했니?" | "아, 알아서 한다고!" | "걱정하시는 거 알아요. 30분만 쉬고 8시부터 할게요." |
| "또 핸드폰 보니?" | "엄마는 맨날 나만 갖고 그래!" | "오늘 너무 피곤해서 잠깐 쉬는 중이에요. 10분 뒤에 끌게요." |
| "그래서 성적이 그 모양이지." | "그럼 엄마가 해 보든가!" | "저도 속상해요. 다음 시험은 이 과목부터 다시 해 볼게요." |
| "친구들이랑 그만 놀아." | (대답 없이 방문을 닫는다) | "걱정되시는 부분이 뭔지 말해 주시면 저도 지킬게요." |
알아주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님의 걱정을 먼저 인정하고, 내 상태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약속을 덧붙인다. 화담인생론의 지지론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님의 욕구는 내가 잘되는 것이다. 그 욕구를 건드려 주면 대화가 열린다.
화가 날 때는 문제를 풀기보다 만들지 않는 것이 먼저다
알아주는 말이 좋다는 것은 알아도, 막상 화가 나면 머리가 하얘진다. 앞에서 보았듯 십대의 뇌는 스트레스에 더 크게 반응할 수 있다. 그래서 화가 났을 때 필요한 것은 멋진 말이 아니라 멈춤이다.
관계론은 이렇게 말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화가 나서 던진 말 한마디는 주워 담을 수 없다. "엄마 같은 사람은 싫어", "다시는 말 안 해" 같은 말은 싸움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아 서로의 마음을 할퀸다. 좋은 말 열 마디보다 나쁜 말 한 마디를 참는 것이 관계를 더 크게 지킨다.
싸움은 고리처럼 돌아간다. 잔소리가 짜증을 부르고, 짜증이 화를 부르고, 화가 상처 주는 말을 부르고, 그 상처가 다음 잔소리를 더 날카롭게 만든다. 이 고리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곳은 '나의 반응' 하나뿐이다. 다행히 고리는 한 곳만 끊어도 멈춘다.
화가 치밀 때는 이렇게 해 보자. 속으로 열을 세고, 숨을 길게 내쉰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으면 "지금은 화가 나서 말을 잘 못 하겠어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할게요."라고 말하고 자리를 옮긴다.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것과, 이유를 말하고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르다. 앞의 것은 문제를 만들고, 뒤의 것은 문제를 미룰 뿐 더 키우지 않는다.
자유는 싸워서 얻는 것이 아니라 신뢰로 얻는 것이다
부모님과 싸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국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왜 부모님은 쉽게 맡겨 주지 않을까?
관계론은 어른이란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 결과를 함께 짊어지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 가는 사람도, 내가 다치면 병원비를 내고 밤을 새우는 사람도 부모님이다. 부모님은 내 선택을 대신 책임지는 가장 큰 어른이다. 그래서 부모님의 말에는 무게가 있다. 내 선택의 결과를 대신 짊어지는 사람의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유를 얻는 길도 분명하다. 관계론은 "책임의 무게만큼 선택의 범위도 커진다"고 말한다. 내가 내 선택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수록, 부모님은 더 많은 선택을 내게 맡긴다. 그 증거가 바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화담인생론의 약속론은 "지킬수록 더 큰 약속, 더 큰 신뢰와 보상이 주어진다"고 말한다.
"10분 뒤에 끌게요"라고 말하고 정말 10분 뒤에 끄는 것. "8시부터 숙제할게요"라고 말하고 8시에 책상에 앉는 것. 이런 작은 약속이 쌓이면 부모님은 "이 아이는 말하면 지키는구나"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믿음이 생기면 확인하고 묻는 말, 곧 잔소리가 줄어든다. 그리고 어느 날 "이건 네가 알아서 정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자유는 싸워서 따내는 것이 아니라, 신뢰로 쌓아 올리는 것이다.
어른을 어른으로 대하는 기준이 나이가 아니라 선택과 책임이라는 이야기는 통념뒤집기 채널의 「어른을 무조건 공경해야 한다? 아닙니다」에서 자세히 다룬다.
부모님과 덜 싸우는 4단계 대화법
정리하면, 싸움을 줄이는 방법은 네 단계다. 오늘 저녁 잔소리가 시작되는 순간 바로 써 보자.
1단계. 멈춘다 : 잔소리가 시작되면 곧바로 받아치지 않는다. 속으로 열을 세며 숨을 고른다.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으면 이유를 말하고 잠시 자리를 옮긴다.
2단계. 걱정을 찾는다 : "지금 엄마 아빠는 무엇을 걱정하고 계실까?"라고 스스로 묻는다. 숙제, 성적, 건강, 친구, 안전. 잔소리의 겉말 밑에 숨은 걱정 하나를 찾는다.
3단계. 알아주고, 내 상태를 말한다 : "걱정하시는 거 알아요"로 시작한다. 그다음 짜증 대신 내 상태를 말한다. "오늘 수행평가가 두 개라 많이 지쳤어요."
4단계. 약속으로 답하고, 반드시 지킨다 : "그래서 30분 쉬고 8시부터 할게요."처럼 지킬 수 있는 작은 약속을 말한다. 그리고 꼭 지킨다. 이 마지막 단계가 신뢰의 계단을 한 칸씩 올린다.
정리: 이기려 하지 말고 알아주고, 따내려 하지 말고 쌓아라
- 청소년기에는 부모님과의 갈등이 더 격하게 느껴진다. 내 잘못도, 부모님 잘못도 아닌 자연스러운 변화다.
- 싸움의 겉에는 말이, 속에는 서로 다른 문제가 있다. 부모님은 나의 미래를, 나는 지금의 마음을 붙잡고 있다.
- 잔소리는 걱정의 비명이다. 그 걱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싸움이 풀린다.
- 화가 날 때는 문제를 풀기보다 만들지 않는 것이 먼저다. 내가 끊을 수 있는 고리는 나의 반응이다.
- 부모님은 내 선택을 대신 책임지는 가장 큰 어른이다. 약속을 지켜 신뢰를 쌓으면 선택의 범위가 커진다.
부모님의 잔소리는 나를 향한 걱정의 비명이다. 이기려는 말 대신 알아주는 말을 하고, 따내려는 싸움 대신 지키는 약속을 쌓아라. 책임의 무게만큼 선택의 범위도 커진다.
더 알아보기: 함께 보면 좋은 글과 영상
- [화담인생론] 관계론 : 10장 '문제를 파악하는 힘(공감과 이해)', 13장 '어른을 따르고 존중하라'. 알아주는 것만으로 풀리는 관계의 원리.
- [화담인생론] 약속론 : 약속을 지키는 것이 믿음을 만들고, 더 큰 약속으로 이어지는 원리.
- [아공빠 유튜브] 인간관계를 만드는 원리 : 공감은 감정을, 이해는 생각을 맞추는 일. 상대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는 법.
- [아공빠 유튜브] 아이와 진지한 대화, 목욕 시간을 활용하세요 : 부모님께 권해 드리기 좋은 영상. "어른은 네 선택을 대신 책임져 주는 사람이다."
자주하는 질문 (FAQ)
Q1. 내가 아무리 말해도 부모님은 들으려고 하지 않으신다.
먼저 때를 살펴보자. 부모님이 화가 나 있거나 피곤할 때, 혹은 싸움 한가운데서는 누구도 상대의 말을 잘 듣지 못한다. 서로 기분이 괜찮을 때, 함께 밥을 먹거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이야기를 꺼내 보자. 말로 하기 어렵다면 짧은 메시지나 쪽지로 마음을 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내가 먼저 부모님의 걱정을 들어 주면, 부모님도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된다. 들어야 들린다.
Q2. 부모님이 분명히 틀렸는데도 무조건 따라야 하나?
아니다. 이 글은 무조건 참고 따르라는 말이 아니다. 내 생각이 옳다고 판단되면 말해도 된다. 다만 말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짜증과 비아냥으로 말하면 내용이 옳아도 '버릇없는 말'로만 들린다. 부모님의 걱정을 먼저 인정하고, 내 생각과 그 근거를 차분히 말하자. 그리고 부모님이 지금 내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하자. 내가 그 책임을 나눠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수록 내 의견의 무게도 커진다.
Q3. 부모님이 자꾸 형제나 친구와 비교하신다.
비교하는 말은 정말 아프다. 하지만 그 말 밑에도 대개 "너도 잘했으면 좋겠다"는 걱정이 있다. 알아주는 말로 이렇게 답해 보자. "제가 잘되길 바라시는 건 알아요. 그런데 비교하시면 오히려 힘이 빠져요. 지난번보다 나아진 것을 봐 주시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남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연습을 하자. 이 방법은 이 블로그의 「친구랑 비교돼서 자존감이 떨어질 때 어떻게 할까?」에 정리해 두었다.
Q4. 이미 너무 심하게 싸워서 사이가 멀어졌다. 어떻게 되돌리나?
관계론은 "교류가 멈추면 가족도 멀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니 작은 교류부터 다시 시작하자. 먼저 인사하기, 밥 먹을 때 한마디 건네기 같은 것이다. 그리고 사과가 필요하다면 하되, 사과로 끝내지 말자. 관계론은 "사과로 끝내면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책임이란 나쁜 결과를 좋은 결과로 바꾸는 것이다. "그때 심하게 말해서 죄송해요"에 더해,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까지 말하고 지키자.
Q5. 부모님이 심한 욕설을 하거나 때리는 일이 반복된다.
그것은 '부모님과의 싸움'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글의 대화법으로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자. 담임 선생님이나 학교 Wee 클래스 상담 선생님, 믿을 수 있는 다른 어른에게 꼭 이야기하자. 직접 말하기 어렵다면 청소년상담1388(전화 지역번호+1388, 문자 1388, 카카오톡 '청소년상담1388')에서 365일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위험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112에 신고하자. 도움을 구하는 것은 가족을 배신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이다.
본 글은 화담 서선생이 정리한 「화담인생론」의 관계론·약속론·과제문제론·변화신호론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통념뒤집기 채널에서는 우리의 성장을 가로막는 거짓된 통념을 바로잡아 주는 이야기를, 아공빠 채널에서는 우리 자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는 인생 지혜 강의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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